인기 여배우의 자살은 온 국민에게 슬픔을 안겨줬다. 나는 L씨의 자살 소식을 듣는 순간 놀랍고 안타까웠다. 청룡영화상에서 그녀가 직접 재즈를 부르던 모습이 너무도 선명했던 것이다. 더욱이 내가 사는 아파트와 그녀의 집이 무척 가깝다는 사실에 더욱 마음이 좋지 않았다.
정상의 자리에서 우울증에 시달렸던 여배우가 무슨 이유로 한 떨기 수선화처럼 목숨을 끊고 팬들의 곁을 떠나갔을까. 평소 그녀의 팬이었던 나는 마치 잘 알던 이웃집 아가씨가 떠난 것처럼 망연자실했다.
왜 신은 인간에게 자살할 수 있는 선택을 주셨을까. 누누히 자살만큼은 절대 안 된다는 영계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온 몸에 힘이 쭉 빠질 수 밖에 없다.
구명시식으로 수많은 자살자 영가를 만나왔지만 자살 후 그 누구도 영계에서 행복하게 살지 못할 뿐 아니라 100% 자살을 후회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런 얘기를 얼마나 더 해야 자살율이 줄어들지 걱정이다.
구명시식으로 수많은 자살자 영가를 만나왔지만 자살 후 그 누구도 영계에서 행복하게 살지 못할 뿐 아니라 100% 자살을 후회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런 얘기를 얼마나 더 해야 자살율이 줄어들지 걱정이다.
구명시식으로 수많은 자살자 영가를 만나왔지만 자살 후 그 누구도 영계에서 행복하게 살지 못할 뿐 아니라 100% 자살을 후회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런 얘기를 얼마나 더 해야 자살율이 줄어들지 걱정이다.
꽤 오래 전 나는 비운의 자살자 영가를 만난 적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학도의용대에 자원한 재일한국인 영가를 위한 구명시식을 올리던 날이었다. 조국을 위해 충성을 바친 영령들을 위한 자리였기에 구명시식 분위기는 매우 숙연했고 의식을 집전 중인 나도 잔뜩 긴장해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초대받지 않은 여자 영가가 나타나 당시 한국 심령학회 부회장이었던 P여사의 뒤에 서서 덤으로 구명시식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당황해서 P여사를 불러 영가의 정체에 대해 묻자 외삼촌댁에 머물렀던 마사코라는 일본 여인 같다면서 학도의용대와 아주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마사코가 한국에 온 것은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바로 직전이었다. P여사의 친척 중 잘 생긴 미남형이었던 한 남자분이 잠시 일본에 머물렀을 때 마사코와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했는데 워낙 한국을 사랑했던 그 친척이 마사코를 데리고 한국으로 오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일제 강점기에서 막 벗어난 조국은 일본인에 대한 적개심이 강했다. 일본인이라면 무조건 한국땅을 떠나야 했던 때에 거꾸로 사랑하는 남자 하나만을 믿고 한국으로 건너 온 마사코는 한국인들에게 온갖 박대를 받으면서 낯선 타국에서 꿋꿋이 버텨나갔다.
사랑하는 남자가 학도의용대로 전쟁에 나갔다 돌아온 뒤 폐허 속에서 본격적으로 신혼생활을 시작했지만 마사코는 그만 있으면 아무 것도 필요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행복했다. 그러나 신혼의 단꿈은 오래 가지 못했다. 남편은 얼마 후 한국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겨 외도를 시작했고 이 사실을 안 마사코는 충격을 견뎌내지 못하고 낯선 산천에서 바보 같은 사랑을 저주하며 음독자살로 목숨을 끊고 만 것이다.
구명시식에 나타난 마사코 영가는 남자의 친척인 P여사 가족 주변을 맴돌며 지금까지도 그를 저주하고 있었다. 천명을 어기고 자살한 대가로 억만겁을 괴로워하며 지내야 하는 자살자 영가였기에 죽은 후의 고통은 더욱 심각했다. "죽으면 살아 있었을 때의 고통은 잊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괴롭습니다. 괴로워할 수 밖에 없다면 저를 고향인 일본으로 보내주세요."
그녀는 고향인 도쿄 북쪽의 하코다테로 가길 바랐다. 나는 마사코의 영가가 다른 사람에게 빙의가 되기보다는 구명시식 현장에서 곧바로 일본으로 가는 게 좋다고 판단하고 그녀의 영가를 일본까지 천도하는 영능을 행사하는 것으로 구명시식을 마쳤다. 천지신명은 인간의 운명으로는 절대 자살이라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영계의 법으로 정해 놨다. 부디 순간의 고통이 영원의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길 바란다.